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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야기

2016 서울시향의 말러 스페셜 (서울시향 말러 6번,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by 트레비앙 2016. 1. 18.

2016년 1월 16-17일,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은 말러 스페셜.

모든 이유를 제쳐놓고, 이 공연은 기회가 생긴다면 꼭 봐야 하는 공연이었다.

생전 하지도 않던 예습까지 하면서……


(프로그램북도 살 수 없어 공연 정보가 간략히 담긴 안내문만 가져왔다...)


지난 겨울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프로그램 때문인지, 서울시향의 시즌권이 동나는 바람에 시즌권을 예매할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향에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사퇴라는 악재가 찾아오게 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즌권을 취소하고 일부 차액에 대해 돌려받기도 했었다.


시즌권을 아깝게 놓친 나에게 절호의 기회였었으나, 마에스트로 정명훈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버린 서울시향의 시즌권을 뒤늦게 끊는다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거장을 잃은 서울시향이라는 배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는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향의 이번 정기공연은 나에게 있어 꽤나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정명훈 마에스트로가 없는 첫 공연을 꽤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서울시향이라고 하지만, 에센바흐라는 대체지휘자로 선방을 날렸던 것이기에, 부지휘자가 지휘하는 말러스페셜 공연이야말로 그들의 역량과 마에스트로의 빈자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공연이라 그런지 오후 5시에 공연을 시작하였다. 입장 전 로비에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부터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면, 조금 과장인걸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1 17일 일요일에 진행된 서울시향의 말러스페셜은 말러 교항곡 6번 뿐만 아니라 1부에서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3번이 연주되었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김다솜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다. 사진: 서울시향)


우아함의 집성체라고 할 수 있는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이었기에 기대가 많았었다. 모짜르트를 즐겨 듣지는 않지만 그래도 피아노협주곡은 종종 듣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피아노협주곡 23번은 자주 들었던 곡이기에 기대가 많았었다. 중간에 미묘하게 밸런스가 엇갈린듯한 느낌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피아노 콘체르토는 지휘자와 솔리스트간의 교감이 상당히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데, 뭐랄까 그런 면에서 크게 임팩트가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연주였다. 굳이 꼽자면, 앵콜로 쳐준 슈만의 아라베스크가 훨씬 더 좋았다. 김다솜 피아니스트는 역시 솔리스트인걸까..하는 느낌을 받았던 앵콜.

 

인터미션 때 잠시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깜짝 놀랐었다. 보통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이번 공연보다 공연전이나 공연 중간에 나와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비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이 곡을 완성시킬까? 전날 공연에 대한 평단들의 이야기처럼, 거장이 없어도 굳건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물음들을 머릿속에 담은 채 의자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감상했다. 다그닥 다그닥 소리로 시작되는 1악장, 이번에 지휘를 맡은 최수열 지휘자는 상당히 전투모드인 것으로 보였다. 모짜르트도 뭔가 전투적으로 지휘하는 것 같았는데……

 

(열정적이었던 최수열 부지휘자님. 사진: 서울시향)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장이 없는 서울시향은, 기대한 만큼 아쉬움도 많았으며 전체적으로 미묘하게 어긋난 밸런스가 아쉬웠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조금 힘든 느낌..비극적이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뭔가 너무 힘을 쏟아 버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수열 부지휘자는 2악장으로 스케르초를, 3악장으로 안단테 모데라토를 선택하였는데, 스케르초를 들으면서 알 수 없는 탄식이 나왔다… 3악장은 아주 아름답게 연주되며 4악장의 비극성을 좀 더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 같다.

 

모두들 금관 파트가 너무 좋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팀파니스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서울시향의 금관파트 수준이 높아진 이유는 비상근 외국인의 유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역시나 잘하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어찌 보면 공연 중 큰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리듬을 짚어주는 역할이라서 그런지, 매 공연마다 팀파니를 주의 깊게 보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말러 6번 공연의 팀파니스트는 정말 좋았다.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하게 어긋난 밸런스가 더 아쉬웠던 공연이기도 했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지휘가 끝나고 포디움에서 내려와 단원들 사이에서 인사를 했던 부지휘자의 모습이었다. 각각 파트별로 박수를 유도하고, 이 공연이 모두가 만들어낸 공연임을 상기시켜주는 모습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려는 듯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다.

 

30대의 젊은 부지휘자님이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랴다들 이 정도면 선방이지, 거장 없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했지만, 거장의 무게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말러 6번 공연에서 음반녹음까지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연습과 합을 맞춰보았을까? 이런 중요한 공연에서 한방에 무너지기에는 서울시향의 이제껏 쌓아온 명성이 아깝지 않은가?

 

앞으로의 서울시향이 기대가 되기보다는 걱정이 더 되는 그런 공연이었다.

(+ 올해 시즌권은 패스, 올해 추이를 보고 내년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을하게 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한가지 사실은, 말러는 역시 음반보다는 영상보다는 라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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