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길이 무엇일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라고 추천할 것이다. 현재 케이블 뿐만 아니라 각 공중파 방송사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야말로 흘러 넘치고 있다. 케이블 방송국에서 시작된 슈퍼스타 K의 큰 성공으로 최근 몇년간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오디션 공화국'이 되었다.
(British Got Talent에서 발견해낸 보석, 폴포츠)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사실 가장 손쉽게 성공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미국의 'American Idol'이나 영국의 'British Got Talent'의 성공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오디션 프로그램 빨(?)의 위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각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 개인의 꿈을 성취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편집하여 보여주곤 한다.
(슈퍼스타K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을 불러왔다.)
한국에서도 기존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어왔었다. 하지만 2009년, 대한민국은 슈퍼스타 K(슈스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게 된다. 슈스케는 한국의 주요 방송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이 아니고, M.Net이라는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사에서 개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기도 하는 참가자들의 도전, 성장기는 케이블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슈스케 시즌 2의 경우 공중파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한다.)을 연일 기록하도록 하는 견인차가 되었고, 그 해에 많은 이슈를 낳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국민 문자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내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도록 시청자의 참여를 독려하였다. 서인국, 허각, 버스커 버스커, 존박, 정준영, 로이킴 등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가수들이 데뷔전에 이미 인지도를 높이며 팬층을 확보하게 되었고, 음반을 발매하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하였다.
슈퍼스타 K의 성공 이후, 심지어 주요 방송사들도 새로운 형태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3대 방송사 MBC, SBS, KBS 모두 차세대 한국가수를 위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다. MBC에서는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KBS에서는 탑밴드, SBS에서는 케이팝 스타를 방영하게 되고, 가수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관리자들은 캐스팅 전에 대중의 반응 등을 먼저 살펴볼 수 있어 참가자-기획사 사이의 윈윈 전략이 수립되는듯 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계의 트렌드 리더격인 M.Net에서는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더 많은 층의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자(사실은 이슈와 시청률을 위해서겠지만)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대중에 선보이게 된다. 댄스 위드 더 스타, 트로트 엑스, 슈퍼히트 등 댄스, 트로트, 작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디션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허각의 성장스토리는 초기 감성을 자극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사실 한국의 오디션에는 음악에 관한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MBC의 신입사원, 도전 슈퍼모델, 런웨이 코리아 등등 그야말로 대부분의 예술영역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입사원 채용까지 오디션의 형태로 이뤄지곤 했다. 마치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현실화 시켜주게 되어 마치 평범한 나의 성공 이야기인것처럼 대리만족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사실 오디션 프로는 더 많은 컨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방송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가자의 어두운 과거나 화려한 이력 혹은 극복기 등을 어필하며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이렇게 성공적이기만 해 보이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드는 한가지 의문이 있다. 과연 이 오디션이 누구를 위한 오디션인가? 라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회만을 선물해 주지 않는 것 같다. 방송출연이라는 것 때문에 제작진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방송진행..그덕분에 본의치 않게 참가자들은 과정상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며, 이용을 당하게 되기도 한다. 신분이 공개되면서 사생활이 거침없이 털리는 것 정도는 이미 통과의례로 치부하는 수준이다.
대중은 매번 새롭고 신선하고 더 자극적인 요소를 원한다. 슈퍼스타 K의 허각이 배관수리공 출신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나갔다면 그 이후에는 더 열악한 조건의 참가자가 나와야지만 대중의 시선을 잡으며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오디션 열풍을 불러온 슈퍼스타K의 시즌 5는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참가자 캐릭터"의 부재 때문이라는 평도 있을 정도이다. 이미 기획단계부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건 어찌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역설이라고 볼 수 있다.
(케이팝스타3은 심사위원 교체에도 불구하고 순항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아직도 오디션에 미쳐있다. 케이팝 스타 시즌 3는 시작단계에서 그 성공에 대한 우려를 많이 받았으나 현재 순항중이고, 슈퍼스타K는 시즌 6을 준비중이며, 다른 분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기획 제작되어가고 있는게 현재의 실정이다.
어찌보면, '신분상승'이 원천봉쇄된 각박한 한국사회에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티비 프로그램의 포멧이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겪게 되는 서바이벌 상황이 우리가 사회에서 맞딱드리고 있는 일상이기도 하다. 사실 각박한 사회에서 가슴에 멍들어버린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한 것은 사회의 채찍질과 현실직시라기 보다는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희망'이며 그 '희망'의 성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직도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입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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