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버리기 100일 프로젝트: 2일차의 기록, 에코백에 대한 생각

날짜: 2020년 9월 18일

버린물건: 증정받은 안쓰는 에코백 2개, 파우치 1개

 

오늘 문득 책상에서 고개를 돌렸는데,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물건버리기를 결심하니 이렇게 문득문득 눈에 걸리는 물건들이 생긴다. 구석에 언젠간 쓸지도 몰라. 라며 걸어두었던 에코백 두개와 바닥에 떨어져있던 파우치를 하나 주어서 정리했다. 

 

사진만 보면 깔끔하고 예쁜데 왜 버릴까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뒷면이 문제...

 

가려진 뒷판에는 화려한 프린트가, 공연 로고가, 알지못하는 기하학적 무늬가 있다. 

어디선가 증정으로, 선물으로, 공연을 보고나서 사은품으로 받아온 것들. 에코백은 환경을 위해 쓴다지만, 나에게 있어서 에코백은 더이상 환경을 위한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 

 

유난히 무늬라던지 프린트된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하늘색 에코백도 검은색 에코백도 만약 무지로 된 디자인이었다면 정말 잘 들고다녔을 것 같다. 하나는 안에 방수처리도 되어 있고 주머니도 있는데 말이다.

 

재질이 좋아서 그리고 누군가가 준 것이라서..두고두고 있다가 결국 든 생각이 있다.

 

2년간 사용하지 않은거라면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버리기가 애매해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이 에코백들 안쓸거라서 정리하고 싶은데..라고..

엄마는 당연히 두면 언젠간 쓴다고 했지만, 나는 말했다.

 

손잡이가 떨어진 나의 보라색 에코백, 재질이 좋지 않아도 늘 내가 들고다녔던건데 이 에코백 두개는 영 손에 안잡힌다고. 애착이 생기지 않은 물건은 더 실용적이라도 내가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럼 이 제품들은 나에게 있어선 실용적이지 않다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세탁을 하기로 했다.

세탁하고, 주변에 혹시 사용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드리기로 했다.

 

에코백. 

정말 환경을 위한 것인가, 재활용을 위한 것인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아마 내 옷장 어딘가, 내 방 어딘가에는 이렇게 증정으로 받아온 에코백이 더 있을것 같다. 텀블러도 그렇다.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하자고 하지만, 어느샌가 사람들의 수집품이 되어버리고 미끼상품이 되어버렸다. 

 

환경을 위해 물건버리기 100일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가 허울좋은 마케팅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결국 불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2일차.

뭔가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다.

내일은 집에 혹시 안쓰는 텀블러가 있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