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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2013-14 겨울 (제주도-강화도)

한적한 템플스테이 체험, 강화도 전등사에 가다. (두번째 이야기)

by 트레비앙 2014. 4. 18.

강화도 전등사 템플스테이 이야기 1편을 보고 싶으시면 아래링크를 눌러주세요~!

(한적한 템플스테이 체험, 강화도 전등사에 가다. (1) : http://tresbienlife.tistory.com/33)


첫날 눈이 소복히 쌓인 강화도 전등사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간단하게나마 체험을 해보고 밤 9시 조금 넘어 잠에 들었다. 바닥이 너무 후끈후끈했던 관계로 새벽 1시가량 깼다가 다시 잠을 청하고...새벽 4시 반에 새벽 예불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났다.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겨울 개인적인 안좋은 일이 있어 사실 악몽에 좀 시달리긴 했었는데..우려와 달리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강화도 전등사의 새벽..겨울이라 해가 늦게 떴었다. 노을같기도한 아침햇살)


조금 이른 새벽 3시 반쯤 일어나 뒤척이다가 새벽 4시쯤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절복 그대로 입고 잤기 때문에..그다지 따로 준비할건 없었지만..혹시 몰라 핫팩을 몸에 붙이고 몸을 최대한 달궈(?)놨다...산속의 새벽공기는 정말 차가울테니까...겨울이라 그런지...새벽 4시 반은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아침해가 떠오른다~! 아마도 발우공양 끝나고 뒷정리하러 내려가던 길인듯..)


일어나서 세수만 간단하게 하고 나갔는데, 확실히 강화도 전등사는 템플스테이를 많이 진행해서인지 시설들이 정말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샤워실과 세면실 화장실이 우리가 숙박했던 건물 뒷편에 있었는데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있다.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기도 했고, 샴푸, 바디클렌져 등이 각 샤워실 칸마다 구비되어있었다 


새벽예불은 사실 '무설전'이라는 곳에서 진행되는데 불교문화재단 주최로 참가한 템플스테이 여서인지..특별히 우리는 '대웅보전'에서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드릴 수 있었다. 전등사 대웅보전은 처마 밑을 받치고 있는 조각상에 대한 전설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곳 안에 들어가서 실제로 강화도 전등사에 계신 스님들과 예불을 드리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볼수 있었다. 안에 따로 난방시설이라곤 선풍기처럼 생긴 온풍기 뿐이라..사실 발도 많이 시리고 공기도 차가웠었지만 말이다...


(장독대에 쌓인 눈이 너무 정겨웠다. 보는것 만으로도 기분좋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를 깨우는 108배' 및 '참선'을 하러 장소를 옮겼다. 깜깜한데다가 눈때문에 혹시 위험할지도 몰라서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움직였다. 새벽 예불에서도 계속 합장을 하고 꽤나 절을 많이했던거 같은데....108배를 하려니 좀 두렵기도 했고...(워낙 운동을 안하는 지라.......;;) 기대도 하고 갔었다.


흥미로운건 108배를 그냥 무작정 따라만 하는줄 알았는데, 준비된 동영상이 있었다. 먼저 스님에게 재대로 절을 하는 법과 의미를 배우고 난 뒤에 108배를 시작하게 된다. 동영상에서 각 배마다 하나씩 의미를 주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예를들면, "부모님을 생각하며...1배.."뭐 이런식으로. 108번의 의미를 담아서 시간에 맞춰 절을 하면  되는데 시간은 대략 25~30분정도. 집에와서 유튜브에 찾아보니 비슷한 동영상이 꽤나 많이 올라와있었다. 혼자서 하다보면 의지도 약해지고 하기 싫어질수도 있는데 영상을 들으면서 진행하면 한결 수월한것 같다. 


(새벽에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대신에 둘째날 오전의 전등사모습)


템플스테이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꼽으라면 바로 '참선' 알듯말듯 참선에 대한 정의가 나에게는 아주 확 와닿지 않았고, 가만히 나에게만 집중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 보기 위해 앉아 있는 수행.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앉아있는 수행.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앉아서 거기에 몰입함."이라고 하는데 바른자세로 앉아서 한마디로 집중을 하는 것인데..잠깐사이에 잡념이 들기도 쉬웠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예불에 108배를 드려서일까 몸도 지쳤었다. 하지만 언제나 머릿속을 괴롭히는 잡념들이 있었는데 잠시나마 그 잡념들이 내 머리를 떠났다는 것에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새해가 가까워지는 때여서인지..소원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참선 후에는 '발우공양'을 하였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공양간에 내려가서 음식을 가져왔다. 발우공양은 스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빠 어디가?' 템플스테이편에서 아이들과 아빠들이 경험했던 스님들의 식사방식이다. 발우란 식기를 뜻하며, 총 4개의 발우에 각 음식을 담아 먹게된다. 식사를 하면서 지켜야하는 예법이 많기에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게 되었다.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스님들은 식사 또한 수행의 한가지이겠구나 라는 생각과 계속 긴장상태에서 먹게되면 혹시라도 위장병이 생기는건 아닐까 하는 조금 황당한 생각도 들었다..전등사는 템플스테이가 자주 진행되는 곳이라 그런지 발우들도 약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전부터 다시내린 눈...전등사의 200살 넘은 느티나무..)


발우공양을 무사히 마치고, 뒷정리를 다 끝낸 다음에 사실은 '삼랑성 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어야 하지만 전날 눈이 많이 와서 쌓인 관계로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다. 자연히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동행한 H양과 함께 근처를 조금 돌아보고 방에 들어가서 쉬었다. 방이 너무 아늑해서 나만을 위한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하기도 했다. 


(스님과의 차담을 진행하면서 이것저것 작성하기도 했었다..녹차맛도 일품)


잠시 방에서 쉬고 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리를 이동했는데, 차와 함께 '행복한 만다라 그리기'도 함께 했다. 오랫만에 색연필을 잡고 색칠공부를 하니까 즐거웠다. 만다라는 예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서 손이 끌리는대로 색을 채웠다. 


(내가 그린 만다라와 지인들에게 적은 엽서 두장..)


그리고 엽서를 나눠주며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보내주신다고 해서, 하나는 내가 힘들때 마음을 많이 의지 했던 아는 지인에게, 다른 하나는 캐나다에 있는 '나의 캐나다 엄마'에게 보냈다. 


차를 마시면서 스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함께 체험하는 참가자 중에서 불교신자이신데 동자승에 대해 궁금한점이 많으셔서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스님께서 어떻게 속세에서 벗어나서 절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불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스님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서 방정리를 하고 짐을 싸는데..마음이 묘했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뿐...지쳐있는 마음에 많이 위안이 되었었나보다...다시 현실로 돌아가는게 조금은 슬프고 또 다시 감정이 휘말릴까봐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조금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고, 오고가는  대화안에 자신감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완전 맛있는 전등사의 절밥!! 버섯요리가 정말 최고였다. 완전 고기느낌!)


다 챙기고 정리하고 나가기 전에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갔었다. 정말 이렇게만 먹는다면 굳이 고기반찬이 필요없을듯 했다. 마지막 식사까지 창가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싹싹 비워줬다. 밥을 먹는데 떠나는게 아쉬웠는지 다시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전등사를 지키는 해탈이..추정나이 15세인데 아주 정정하다. 눈이 너무 예뻤다..)


공양간 입구를 제 집 삼아 살고있는 강화도 전등사의 터줏대감, '해탈'이는 절에 들어온지 15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눈이 어린 강아지처럼 참 맑았다. 절에 사는 강아지라 사료나 다른 고기를 먹지 못할텐데 털도 빽빽하고 어쩜 이렇게 눈이 맑을까 싶었다. 시크한 성격은 덤..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꼬리치지 않고, 길을 막는다고해도 억지로 지나가려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다가 제 갈길을 가는 시크한 절강아지였다


(조심조심 걸어서 내려갔었다..내려가는길이 미끄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회향을 하기 위해서 전등사 사무실앞에 다들 모였는데, 눈발이 정말 거세졌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차가 올라오지 못해서 걸어서 내려갔어야 했는데 어찌나 눈이 많이 왔던지 차에 타니 다들 머리가 젖고 옷이 눈에 젖어있었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서울까지 어떻게 진입하나 했는데 다행히 크게 막히는 것 없이 잘 돌아올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를 다녀와서 집에가기 전에 종로에서 걷다가 그냥 한컷...)


강화도 전등사 템플스테이는 나에게는 첫번째 템플스테이였다. 사실 불교국가에서 잠시 거주했던 적이 있어서 내가 불교신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거나 종교적인 문제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체험을 한다거나 내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볼 기회를 주고싶을때 너무나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영어가 가능한 분이 계셔서 외국인들이 체험하는데도 문제가 없다. 인천공항과 가깝기 때문에 한국방문 말미에 템플스테이를 오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꽃피는 봄이오면 다시 한번 가보고싶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여유가 생기질 않아 갈 수가 없었다. 신기한건, 전등사에서의 템플스테이가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는지 가끔 쉬고싶거나 지칠때 생각나곤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서의 템플스테이도 경험해보고 싶다. 나에게는 엄지손가락 두개 척! 올릴수있는 좋은 체험이었다. ^^ 


* 강화도 전등사 템플스테이 정보는 : http://jeondeungsa.org/sub4/sub3.php

* 모든 사진은 제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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