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나에게 유난히 길고 또 길었다. 안좋은 일들이 겹쳐서 일어났었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마음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예술쪽에 있는 지인 H양에게 연락이 왔다. 함께 템플스테이를 가는건 어떻냐는 것이었는데, 안그래도 마음을 빨리 추스리고 싶었던난 콜!!을 외치고 만다.
(눈이온 강화도 전등사..파란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서울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
집안이 불교는 아니지만 나는 템플스테이에 평소부터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사실 4년전 외국에서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불교국가에서 온 친구들..) 템플스테이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시간상에 여유가 있지 않아 포기를 했었었다. 그런데 기회가 너무 좋아 이렇게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템플스테이 체험장소는 강화도에 위치한 전등사였고 1박2일 일정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12월 10일~11일에 참가하게 되었다. 전날에 조금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니 서울에는 눈이 와있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눈길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서울에 내린 폭설을 부정하는듯한 강화도의 하늘..휴대폰 카메라가 청량함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이번에 불교문화재단 주관의 불교문화상품공모전 행사때문에 참여하게 되어서인지 아침에 종로에 있는 조계사 정문에서 모두 모여서 강화도 전등사로 출발하였다. 아침에 눈때문에 마을버스가 오지않아 늦게되었었다. 차에 타자마자 스텝분께서 간식주머니를 나눠 주셨었다. 왠지 정신없이 출발하게 되었긴 하지만 서울에서 강화도로 가는길에는 H양과 함께 수학여행가듯이 들뜬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눈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왠지 마음이 더 편안해 졌다!!)
서울에서 강화도를 따라 달리는길에 눈이 많이 멈춰서 걱정없겠거니 했는데, 강화도에 들어서자 소복히 쌓인 흰 눈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비탈길을 버스가 타고 올라갈 수 없어 아래에서 내려서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보니 차량과 장비들을 이용해 스님들과 절에 계신분들이 눈을 열심히 치우고 계셨다.
숲속의 눈이라..왠지 더 운치도 있었고, 뭔가 속세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실제로 절에 계신분들도 우리가 참 운이 좋다고 하셨다..눈이 함께 만들어내는 멋있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이곳이 템플스테이 방사로, 각 방마다 이름이 있다. 상당히 깔끔하였고 아담하지만 포근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전등사 사무실에 가서 등록을 하는일이었는데, 이것저것 인적사항을 기입하고 난 뒤 절복을 받고 방을 배정받았다. 방은 전등사 한켠에 따로 템플스테이 용으로 마련이 되어있었는데 일찍 수속(?)을 마친덕분에 아담한 2인용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배정받은 방에 있는 침구들. 바닥이 정말 후끈후끈했다. 한옥을 재대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방은 정말 생각보다 너무 깔끔하고 좋았었다. 크지 않은 방이었고, 두사람이 이불을 깔고 누우면 딱 좋은 크기였었다. 한옥집이라고는 어릴적 외할머니네 집 밖에 기억에 없는데 참 오랫만이었다. 그리고 난방이 너무나도 잘 되어있어서 편하게 쉬기 좋았다.
(공양간 내려가는쪽...눈쌓인 풍경이 너무 예뻤다. 겨울산이 삭막해보이지 않을만큼..)
도착하고나서 먼저 식사를 했는데 '공양간'에 가서 고기가 없는 채식으로 된 식사를 하였다. 각종 산나물이 있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수도 있고 반찬 가짓수도 많아서 먹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나름 채식만 하게되니 조금 식이조절 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했지만...그러기엔 절밥은 너무 맛있었다.
(강화 전등사 템플스테이 단체방사. 단체로 많은사람이 오면 묵는곳인것 같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템플스테이를 많이 와서 그런지 모든 편의시설이 참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이번 강화도 전등사 템플스테이는 사실 공모전 참가자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더 얻어가기 위한 템플스테이 체험이었기에, 참가자들에게 불교문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주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템플스테이어서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이곳저곳 전등사를 둘러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가라는 의도였음일 것이다.
자유시간이 많은덕에 이곳저것 많이 둘러볼 수 있었다. 뒷산에도 올라갔고, 소복히 쌓인 눈에 내 발자국들도 많이 남겨주고...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좋은 생각도 할 수 있었고...내 자신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었다.
스님께서 전등사의 이곳저곳을 간단히 설명해주시고 얽혀있는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는데... 대웅보전에 얽힌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스님께서 '나쁜일을 하면 그대로 다 그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사람에게 힘든 일을 겪고 있었던 터라 마음에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었다...
(강화 전등사 찻집 죽림다원, 대추차가 꽤나 유명하다고 하다. 찐득한 대추차는 추천메뉴!!)
잠시 절을 둘러보고 전등사 내에 있는 찻집 '죽림다원'에 들러서 함께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과 같이 차를 마셨다. 대추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대추차를 마셨는데, 정말 대추를 그대로 달여 만든 듯이 진한맛이 일품이었다. 뭔가 찐득한 쌍화탕의 느낌이랄까....눈이온데다가 산이라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몸을 녹여주기에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200살이 넘은 전등사 느티나무..마치 이곳을 지켜주는 수호나무같다.)
차를 마시고 난 뒤에, 공양간에 가서 저녁 공양을 하고...(절밥이 너무 맛있어서 또 과식을 하게되었다....) 고기가 없다고 해서 내가 식이조절로 살을 뺄 수 있는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몸을 녹일겸 따뜻한 방에 누워 같이 간 H양과 담소를 나누다가 사물 타종 시간에 맞춰 전등사의 큰 나무 앞으로 나갔었다.
(사물타종을 하고계시는 스님..뭔가 상당히 경건했었다.)
시간은 6시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어둑어둑해졌었고....스님께서 종을 치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유래를 세세하게 설명해주셨고, 실제로 타종하는 것을 경험 해볼 수 있었다. 이후에 저녁 예불에 참여하고 난 뒤 바로 방에 들어왔다. 어찌보면 당연한 세상의 진리일지도 모르지만..스님들이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지쳐있던 내 마음에 너무나도 큰 기운을 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안좋으면 절에 들어간다..라고 하는구나..라는게 공감이 될 정도로 말이다..
(타종전에..뉘엿뉘엿..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사실 강화 전등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나와있는 대로 진행을 하지 않았었다..사실상 내가 체험했던 것은 체험형 + 휴식형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비교적 자유시간을 많이 줬고 눈이 와서 생략한 것도 있었으니까...밤이 되니 고요해지고...마음도 차분해지고...조명도 은은하고...정말 고요한 풍경 때문인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9시에 소등을 해야해서 걱정을 했었는데..잠이 올까 싶었지만 휴대폰을 조금 들여다 보다가 9시 조금 넘어 이내 잠이들었다. 단점이 하나 있었다면...너무 난방이 잘되어서 새벽에 깼다는것...후끈후끈해서 덮고있던 이불을 한겹 더 바닥에 깔고 잠을 청했다. 마치...방이 뜨끈뜨끈한 찜질방 같았었다..
첫날이 소소하게 지나갔다...다음날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만큼 좋은 밤을 보냈다..
이야기는 2편으로....이어집니다. ^^
(한적한 템플스테이 체험, 강화도 전등사에 가다. (두번째 이야기) : http://tresbienlife.tistory.com/34)
* 모든 사진은 제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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