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가을 필리핀 (바기오-클락)

2015 가을, 필리핀 바기오 여행이야기 07 (번햄파크 즐길거리 1편 - 보트, 자전거, 운동하기)

트레비앙 2016. 9. 12. 12:10

필리핀 바기오에 가기 전,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바기오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친구는 바기오 중심에 아주 큰 공원이 있는데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니 오전에는 운동을 해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일 때문에 가는 거니까, 서늘한 고산지대의 공원에서 아침조깅도 꽤 낭만적이겠다 생각했었다.

 

(번햄파크의 전경. 뉴욕의 센트럴파크같은 역할을 한다.)


번햄파크(Burnham Park)는 바기오 시내의 심장부에 위치한 공원이다. 흡사 맨하탄 중심부에 센트럴 파크가 있듯이 말이다. 번햄파크를 한번 둘러보면, 꽤 계획적으로 설계된 공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번햄파크의 입구 모습)


이 공원은 미국의 도시계획 및 건축가 다니엘 번햄에 의해 디자인 된 공원으로, 다니엘 번햄은 바기오 시티의 최초계획을 디자인한 사람이기도 하다. 번햄파크는 바기오 해리슨로드, 키사드 로드, 가버너 팩, 막사이사이 로드에 인접해있다

 

초기에 번햄파크가 계획될 시기에는 좀 더 많은 신록을 도시 내에 제공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주는 의도가 있었지만, 필리핀 당국의 관리하에서는 좀 더 오락 쪽에(보트,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게임시설 등등) 치우쳐져서 운영되고 있는 듯 하다.

 

(시카고의 번햄파크 초기 구조도, 출처: 위키피디아)


시카고에도 미시건 호 근처에 번햄파크가 있는데 구조적으로 필리핀 번햄파크와 꽤나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바기오에 머무르며 느꼈던 번햄파크는, 뭔가 복합문화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소풍 와서 쉬는 것이나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가서 즐길 거리도 많았고, 곳곳에 숨은 재밋거리 들이 꽤 있었다


이 포스팅과 다음 포스팅에서는 번햄파크의 즐길 요소들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아침체조

 

(아침 체조의 모습. 아줌마들이 꽤나 열정적으로 따라하고 있다.)


태풍 후에 감기에서 회복되고 나서 아침마다 조깅을 하러 갔었다. 주로 아침 7시반~8시반 사이에 공원에 도착하여 두 세 바퀴 정도 돌곤 했다. 번햄파크 초입에 보면 다니엘 번햄의 흉상이 있다. 그 주변으로 아침 마다 사람들이 모여 체조를 하기도 했는데, 어찌나 흥겨워 보이던지 같이 참여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침체조는 대략 8시까지 진행하는 것 같다.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앞에 있는 선생님들을 따라서 동작을 따라 하는데 주로 아줌마들이 많았던 것 같다각 선생님마다 다른 음악을 틀고 다른 동작을 선보인다.

 

 

2. 공원을 따라 조깅

 

(공원을 따라 조깅할 수 있게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번햄 파크는 직사각형의 모양인데,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운동량에 맞춰 길을 선택하여 걸으면 된다. 우리나라의 공원들처럼 푹신한 바닥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게 울퉁불퉁한 곳 없이 잘 정비되어있다. 무엇보다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아침에 조깅할 때는 쓰레기를 잘 찾아보지 못하였었다.

 

그리고 나무가 많아 해가 떠오른다 해도 그늘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무리 서늘하다고 해도 햇빛마저 약하진 않으니 말이다.

 

(아침 조깅히다가 한컷, 이날 유난히 햇살이 좋았다.)


바기오의 경우 공기가 서늘하고 깨끗하지만, 도로근처에 가면 매연이 좀 있는 편이다. 번햄 파크가 시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하더라도 사방이 나무로 둘러 쌓여 있고, 차의 진입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었다.

 

(운동하며 구경했던 호수의 풍경)


가끔 산책로에서 만나는 풍경 또한 아름다웠다. (오전 이른시간이 더 예쁘게 느껴졌다.)

 

 

3. 자전거 타기(및 기타 유흥시설 이용)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가게들. 자전거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번햄파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서 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쪽은 어린이들이 탈 수 있는 세발 혹은 네발자전거 위주이고, 다른 한쪽은 좀 더 쌩쌩 달릴 수 있는 지역이었다. 자전거 대여료는 대략 40-50페소 선이었고, 한 시간 가량 빌릴 수 있다. 대여료는 샵마다 동일한 수준이니 가장 새것 같아 보이는 샵에서 빌리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타다가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자전거를 바꿔주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주로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지역)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역을 나눠 놓으니 너무 좋았다. 자전거 구간이 비교적 도로에 인접한 편이라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활동성 있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을 따로 나눠 놓으니 공원 내부를 더 조용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실제로, 자전거 타는 구역 옆에 롤러장과 게임센터 및 유흥시설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시설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잠시 들러서 친구들과 놀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고, 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4. 보트타기

 

(호숫가에 있는 보트 선착장. 호객행위가 장난아니다.)


번햄파크의 중심에는 큰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그 호수를 둘러볼 수 있도록 많은 보트들이 있는데, 가격은 100-200페소선인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타보자 싶어서 친구와 함께 탔었다. 분명 딜을 할 때는 한시간이라고 해놓고 겨우 한 바퀴 휙 돌고 내려줬었다.

 

(늦은 오후에 타서인지 크게 감흥은 없었다는..)


아기도 보채고, 보트 타는걸 즐기지는 않아서 그러려니 하고 내렸지만, 한 시간 동안 탈 것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꽤 아쉬울 법 했다. 이건 우리가 관광객 같아 보여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아니면..우리가 너무 무거웠었나…)

 

우리의 경우 운이 나빴던 케이스이고, 흥정을 잘 하고 괜찮은 뱃사공을 만난다면 우리 같은 경험은 하지 않을 것 같다.

 

(호돌이와 미키마우스의 사촌쯤 되는거 같은 보트들..)


보트는 관광객들이나 연인이 주로 타는 것 같았다. 보트의 수준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렇게 새것은 아니다. 타기 전에 좀 불안하기도 했는데, 공원내의 호수를 도는 데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한번쯤 타볼 만 하고, 오후보다는 오전이 더 나은 것 같다. 공기도 더 맑고 덜 덥다. 하지만 안전에 예민하거나, 위생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타지 않는 것을 추천.



바기오 번햄파크에서는 이 외에도 즐길거리가 꽤 곳곳에 숨겨져 있다.

다른 즐길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하려한다. 


2015 가을, 필리핀 바기오 여행이야기 08 (번햄파크 즐길거리 2편-헤나, 꽃구경, 야외활동 등)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