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가을 필리핀 (바기오-클락)

2015년 가을, 필리핀 바기오 여행 이야기 02 (바기오 일상 시작)

트레비앙 2016. 9. 3. 22:15

지난 10 13일에 출발해서 14일 새벽,

우리집에서 인천공항-필리핀 클락공항을 거쳐 바기오에 도착했다.

먼저 바기오에 가게 된 이유는, 절친이 필리핀 이민 준비를 하다가 현지에서 사전준비도 필요하였고, 사업 관련해서 준비할 것이 있어서 미리 다녀오게 된 것.

 

혼자 여행을 하는 게 무리이기도 하고, 사업 관련해서 도와줄 부분도 있었던 터라 내가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친구가 이민을 가기 전 함께 오랫동안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던 여행이었다. (갈 때까지만 해도….앞으로 닥칠 파란만장함을 알 수 없었다는……)

 

도착하자마자 현지에 살고 계시는 친구의 친인척 분들께 먼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삼시세끼 아주 잘 챙겨먹을 수 있었고,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바기오의 아주 중심가에 숙소가 있어서 여러모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캠프잔헤이에 위치한 스타벅스)


긴 여정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먼저 급히 필요한 물건들 및 시장조사를 하러 마트로 향하던 중, 밤새 피곤했으니 커피라도 한잔 하자며 케어를 해 주시는 분께서 잔헤이에 있는 스타벅스에 데려가셨었다.

 

캠프잔헤이 (Camp John Hay) 1900년대에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할 시기 미군들의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고, 1990년대에 필리핀 정부에 반환되고 나서 관광지로 오픈 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연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었고, 시내 어느 곳보다 더 정돈된 지역이었다. 필리핀은 특히 매연이 심한데, 이곳에서는 매연 하나를 느낄 수도 없었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돈 많으면 별장 하나 사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더운 나라 필리핀에서 침엽수로 둘러 쌓인 집이라니..멋지지 않은가?!

 

(초코프라푸치노!! 약간 싱거운 느낌이 있었다만 괜찮았다!!)


잔헤이 스타벅스에서의 달콤함을 뒤로 하고이것저것 생필품 마련 및 다른 일 때문에 유난히 바쁜 3일을 보내게 되었다. 쇼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에 포스팅을 해볼까 하지만,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


바기오에서 손꼽히는 쇼핑센터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SM 바기오점, 바기오 시내에서 가장 높은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검색)


먼저 어느 도시에나 있는 SM(SM Baguio), 가전 제품 류가 저렴한 편인 청산, 그리고 과자류가 풍부한 쿠이산. 물론 다른 몰들도 있겠지만, 현지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곳으로는 이 세가지가 메인이 아닌가 싶다. 3일간 우리는 SM Baguio, 청산, 쿠이산을 모두 섭렵했었는데, 각 몰마다 저렴한 부류가 달랐고, 부문별로 작은 금액차이도 있었다. (보통 SM이 가장 가격대가 높았다.)

 

(가전제품, 생필품류가 저렴한 청산)


마트 투어를 하면서 나름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거느리며 손가락으로 이거 저거 가리키며 어마어마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언제 한번 사람 3명을 거느리며 쇼핑을 해볼 수 있을까..(대부분 식기와 가전제품이라는게 조금 슬펐지만그래도 이게 어딘가!!!) 친구와 우리 뉴욕에서 쇼핑하는거라고 자기최면을 걸기도 했다...그런날이 어서 왔으면....

 

(서울쇼핑타운 한국 중소마트 부럽지 않은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바기오에 살고 있는 한국인 수가 적지 않아서인지, 한국 마트와 음식점을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안이 좋고 날씨가 서늘한 편인데다가 교육도시로 유명한 곳이어서 한국인 어학연수생이나 유학생의 비율이 꽤 된다고 들었다. 실제로 필리핀 바기오라고 쳐보면 대부분 어학연수 혹은 유학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곤 한다. 내가 잠시 외국에 있었을 때는 한국 음식점은 없었고 아시아마트도 겨우 하나 있었었는데, 그런면에서는 좀 부러운 환경이었다. SM몰에 가게 되면 한국어로 대화하는 어린 아이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할때 나와 함께한 맥도날드의 커피플롯..먹고싶다..)


쇼핑타운도 가고, 일도 하고 가끔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바기오 내의 한인사회에 녹아 든 것처럼 생활을 하면서 평화로운 1주를 보냈다. 당시 친구와 이야기했던 건 1주차에 대부분의 일을 마무리 해보도록 하고, 2주차에는 근처에 잠시 쉬다 오자는 거였는데그야말로 헛된 바램일 수 밖에 없었다..자연재해는 그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창밖의 풍경을 5일동안...겪는다면....)


평화롭고 순조롭게 지나던 일상을 무너트릴 강력한 한방 그 이름도 찬란한 태풍 란도. 작년 10월 필리핀 전역을 혼돈에 빠지게 했던 이 태풍님 덕에 나는 타지에서 평생 해보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이 경험 덕분에 앞으로 자연 앞에서는 나대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게된다…..

 

태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어마어마한 일상은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