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방영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하야 '미스터 피터팬'.
지난주 금요일 밤과 토요일밤에 편성되어있는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시키면서 KBS에서 내놓은 새로운 예능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이제까지 예능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40대 중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그전에 중년의 남자를 대상으로 했던 프로는 '남자의 자격'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리얼 버라이어티로 돌아온 신동엽, 그가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멘트들은 오히려 즐거움을 준다. )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스터 피터팬'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른'취급을 받고있는 40대 가장들을 대변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본방 가능성을 가늠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먼저 생활밀착형('리얼' 예능이라고도 불리는) 예능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MC 신동엽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관심이 갔다.
"나도 소년이고 싶다." 중년남성들을 일깨워 주는 피터팬 신드롬.
(조종카를 가지고 놀던 어린시절을 회상하기에 좋았던 RC동호회편)
먼저 이 프로그램은 한때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피터팬 신드롬'을 건드리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들은 커피숍을 가거나 영화관을 가는 등 여러가지 여가생활을 잘 즐길 수 있지만, 남자들은 할 것이 술마시는 것 밖에 없다고들 한다. 20대도 그러한데 40대는 어떠하랴? 책임감만 어깨에 더해지고 자유는 줄어든다. 그런 사회적으로 외로움에 처한 40대를 위해, 미스터 피터팬에서는 '취미'활동을 독려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서 전부 희생을 해야했고, 직장에서 눈치를보며,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져가게 되는 우리나라 40대의 자화상을 생각해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들도 한때는 소년이었으며, 꿈꾸던 것이 있었고, 어느 일에는 열정을 품었을 테니까. 이런 잊혀진 감성을 건드려 주기에 미스터 피터팬은 아주 적절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홍대인근의 아지트를 빌려 10만원으로 아지트를 꾸미는 피터팬들..)
미스터 피터팬의 1화에서는 다섯명의 피터팬(신동엽, 윤종신, 김경호, 한재석, 정만식)이 아지트에 모여서 아지트를 꾸미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가지기 힘든 40대 아저씨들에게 직접 아지트를 꾸미게끔 함으로서 뭔가 새로움과 기대감을 심어주려 한 것 같았으나, 오히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는 단조로운 구성 때문인지 즐겁게 시청할수는 없었다. 이미 집꾸미기는 타 예능에서도 많이 선보였기 때문일까, 무미건조한 40대 아저씨들의 아지트꾸미기 미션은 특별함이 없어보였다.
또한 취미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아지트는 뭔가 그들만의 공간이기에 자유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공간적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1화의 대부분이 아지트 꾸미는 것에 치중이 되어서 사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사소하게 장난치고 즐기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먹한 출연자들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른 미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계산할때 걸리면 심장이 정말 쫀득해질듯..좋은 아이디어 같다.ㅎㅎ)
또한, 시청하는 내내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물음표가 있었으니..
제작진의 기획의도도 충분히 알겠고, 안쓰러운 40대 중년남자들의 애환도 이해할 수 있었으나..도무지 이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송의 방법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담당피디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물론 중년남성들이 작은 내기를 하면서(짜장면 내기) 즐거워하는 소년같은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인간적인 면,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 모두 다 볼 수 있었으나 풀어내는 방식은 다소 어색했다.
팅커벨이 등장해서 급 진행을 하는 형식도 그렇다. 차라리 각 출연자들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가지고 있던 작은 꿈과 관련된 그런 취미활동 이나 동호회를 소개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멋있고, 있어보이고, 독특해보이는 동호회가 아닌 각 피터팬들의 어릴적 사연이나 꿈과 희망을 반영해주는 취미활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것이 출연진의 흥미도, 몰입도를 더 높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RC동호회편에서 경기모습, 오히려 5명 전부 직접 자동차를 조립하는 과정이 나왔으면 했었다..)
한가지 또 우려되는 점은, 정규편성으로 가게되면 더 많은 동호회를 소개해주고 더 많은 이벤트를 하게 될 것인데, 단순히 '동호회를 소개'해주는 단순한 편성으로 가게되면 과연 프로그램의 연속성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로 출연진의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취미를 찾게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며 즐거움을 찾으며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출연진에게 진정으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게 해주고 그 안에서 피터팬으로 살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또한 팅커벨의 역할, 팅커벨이 이 프로그램에 가이드라인으로서 아주 큰 역할을 해 줄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단순히 예쁜옷을 입고, 준비된 VCR만 보여주는 팅커벨이 아닌, 미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욱 더 몰입이 잘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획 의도만큼 정규편성이 되면 프로그램을 잘 살려주었으면 한다..)
인터넷에 뜨는 긍정적인 기사와는 달리, 내 주관적인 느낌과 주변인의 반응을 보았을 때는, 미스터 피터팬은 크게 흥행몰이를 할 정도로 이슈를 가지고 오진 못했던 것 같다.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편성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스타성'이 있는 인물의 발견 혹은 재조명도 적었고, 이렇다할 이슈 키워드를 만들어 내기에는 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진이 세운 아름답고 의미있는 기획의도만큼 이 프로그램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 정규편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게 아닐까?
* 이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KBS에 있습니다. ^^
이 포스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손가락을 한번 눌러주세요~! ^-^
'스크린 이야기 > 텔레비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외국 반응, 고맙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59) | 2014.04.21 |
---|---|
세월호 침몰 참사..왜 실시간 영상이 공개되지 않는것인가!! (2) | 2014.04.17 |
응급남녀 종영, 사랑 그리고 배려에 대하여... (0) | 2014.04.13 |
오디션 공화국, 한국은 오디션에 미쳐있다!! (0) | 2014.04.11 |
예능계의 아빠파워,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0) | 2014.04.10 |
댓글